ABOUT 강소천

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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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천의 업적

우리나라에서 아동을 위한 문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활동이 전개된 것은 20세기 이후부터이다.
20세기 초 육당 최남선이 아동잡지 소년을 펴냈는데 이것이 바로 아동문학의 싹을 틔우게 된 계기이다. 최남선은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밝고 힘찬 동시를 이 잡지 창간호에 실었는데 일제하의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는데 기여했다. ‘소년’지에는 외국작품인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이솝 우화, 데포의 ‘로빈슨 크루소’ 등의 작품이 실렸다. 1922년부터는 방정환, 마해송, 정인섭, 한정동, 윤극영 등이 본격적으로 아동문학에 뛰어들어 아동문학의 기초를 다졌다. 1930년대에 강소천이 나타났다. 소천은 동시와 동요로 출발하여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크게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 그가 남긴 동요와 동시는 약 240여 편이나 된다.

초기의 아동문학 작품은 일제 하에서 태어난 까닭으로 학대 받는 민족의 설움을 그린 작품이 많았다. 소천은 위의 작품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밝고 구김살 없는 동심을 표현하고 있다. 소천은 즉 피해의식에서 생겨난 감상주의에서 탈피하여 문학 본연의 세계로 아동문학을 승격시킨 것이다.

1950년대에 들어와 아동문학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동문학가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1960년대에는 소천의 말년으로 소천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이다. 이때 소천은 동요나 동시보다도 동화를 주로 썼는데 옛이야기 식의 동화에서 본격 문학으로서의 동화를 씀으로써 동화의 위치를 또한 격상시켰다. 소천의 대표작인 ‘꿈을 찍는 사진관’에서는 우울한 현실을 딛고 일어서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준다. 소천에게 꿈이란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소천에게 꿈이란 내일이란 의미이며 새 세계의 동의어였다. 소천은 일생을 통하여 어린이에 관해 이야기했고 아동문학에 관해 생각했다. 어린이의 자유스런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서 아동문학가는 좋은 작품으로 꿈을 일깨워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한다는 것이 소천이 말년에 부르짖은 주장이었다. 그래서 소천의 작품에는 전란을 겪은 어린이들에게 구김살 없는 희망과 용기를 주려는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소천의 작품은 생생하게 어린이들의 마음에 와 닿는다. 최태호는 소천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본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는 소천이 생생한 작품을 쓰는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나
어린이들의 생활과 심리를 연구하고 실험했다. 언제나 주변의 어린이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글짓기 작품을 열심히 읽고 어린이 심리에 관한 책을 읽으며 전문가의 의견을 타진하고 자기 작품에 나타난 어린이 생활에 대한 비평을 요구했다.
어린이들의 반응에 세심하였다. 작품이 발표된 뒤에도 어린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문장이 어려운 곳은 없었는가? 어떻게 고쳐 쓰면 더 효과적이겠는가? 특히 문장에는 병적일 정도로 신경을 써서 쉬운 말, 밝은 말, 어린이들에게 통할 수 있는 말을 고르기 위해 애썼다.
어린이 인권 옹호와 아울러 올바르게 교육시키기 위한 방법과 수단에 대해 전력을 다했다. 어린이에 대한 이해는 철두철미하게 애정에 바탕삼고 성인들의 나쁜 환경, 사회악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작품에서는 아무리 비참한 환경 속의 어린이일지라도 연약하나마 꿈과 소망을 가지고 올바르게 사는 모습을 그렸다.

소천은 처음에는 환상적인 동화를 많이 썼으나 나중에는 생활 동화로 방향을 바꾸었는데 이것은 어린이의 입장이 되어 동화를 써 보려고 한 것이다. 어린이의 입장이 되려면 어린이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소천은 어린이의 입장이 되어 동화를 씀으로써 정말로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동화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아동문학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섰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그의 아동문학 작품은 메마른 현실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뿐만 아니라 사랑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소천은 1963년에 저 세상으로 갔다. 그러나 그가 남긴 작품은 아직도 생생한 모습으로 살아남아 있다. 그로 인하여 우리의 아동 문학은 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더욱 발전했으며 예술작품으로서의 위치를 구축했다. 또한 그의 뒤를 이은 아동문학가들에게는 위대한 스승으로서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1964년 소천의 무덤 앞에 비석이 세워졌는데 그 비석에 새겨진 글은 박목월의 것으로 이렇게 씌여 있다.

강소천은 갔지만 동화나라의 강소천은 어린이들과 더불어 영원히 이 세상에 살아 있으리라

소천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아동문학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한다. 강소천은 아동문학을 시작한 뒤로 죽을 때 까지 30여 년간 어린이를 위해서, 또 아동문학을 위해서만 오직 글을 썼다.
아동문학을 하는 입장에서 문학을 크게 둘로 나누면 성인문학과 아동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 작품에서는 소재나 표현 방법에 크게 제약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독자가 어린이인 아동문학 작품은 독자가 아직 판단 능력이 없는 순진무구한 어린이라는 점에서 소재와 표현 방법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요즘 대형서점에 가보면 아동용으로 수많은 책들이 나와 있다. 가히 책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라고 할 만하다. 이를테면 요즘 어린이들은 원하는 책이면 뭐든지 볼 수 있다. 그만큼 책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여기에 출판사의 상업성도 한몫 거들었다. 팔릴 수 있다고 생각되면 무슨 책이든 만들어진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하는가? 라는 문제이다. 박목월은 소천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실로 소천의 작품들은 안심하고 어린이들에게 읽힐 수 있는 양식적 교훈성을 지니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드문 작가이다. 이것은 그의 문학적 태도가 항상 작고 어린 것에 비하여 그 배경이 올바르고 참된 것을 깨우쳐 주려는 하늘을 향한 발돋움이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소천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어린이들에게 ‘안심하고 읽힐 수 있다’는 신뢰감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소천의 문장은 우리나라 아동문학 작가들 문장 중에도 모범적인 것이다. 쉽고 부드럽고 짧고 밝고 간결하다.

오늘의 아동문학가는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여기에 소천은 이미 자신의 작품으로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소천의 작품을 모르고서는 감히 아동문학을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면에서 그는 요즈음의 많은 후배 아동문학가에게는 위대한 스승이다. 소천의 뒤를 잇는 일, 그의 문학을 계승하여 우리의 아동문학을 더욱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일.
그것이 오늘의 아동문학가들에게 주어진 사명일 것이다.

소천... 그는 갔지만 그의 아동문학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그의 문학은 어린이들에게, 또는 후배 작가들 마음속에도 아마도 영원히 살아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