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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의 내 인생의 책] ①꿈을 찍는 사진관 - 강소천

구분 :
미디어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8-06-25

첨부파일 :

[노경실의 내 인생의 책]

 

①꿈을 찍는 사진관 - 강소천
 

내 인생의 책’을 위해 5권만 고르려니 집 안의 모든 책들이 ‘그날, 그 밤에 나와 함께했잖아.

그런데 왜 나를 집어들지 않는 거지?’라며, 배신한 연인을 보듯 한다.

사실, 작가에게 인생책 5권을 소개하라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이 코너가 유익한 것은 책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나 자신을 겸허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1960~1970년대 모두 빈한하던 시절, 아버지는 달마다 책을 사주셨는데,

하루는 <꿈을 찍는 사진관>이라는 책을 주시며,

작가가 함경북도 출신이라는 점을 여러 번 말씀하셨다.

(나의 아버지의 고향은 평안남도 강서다).

그리고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막내 여동생이 급성폐렴으로

여덟 살에 하늘나라로 가는 내 생애 첫 비극을 만났다.

동생을 벽제 화장터에서 떠나보내고 온 다음 날, 나는 무슨 생각인지 이 책을 읽었다.

 

주인공 남자(스무 살 청년)는 이상한 사진관의 규칙에 따라 “할미꽃을 꺾어 들고

봄노래 부르던 순이 - 오늘밤 정말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이런 내용을 종이에 적고, 기다림 끝에 순이와 함께 있는 사진을 받게 되는데 놀라고 만다.

사진 속에서 자신은 청년이지만 순이는 열두 살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가! 

               

나는 지금도 아주 가끔씩 여덟 살 여동생의 꿈을 꾼다.

살아 있다면 마흔 후반의 중년여성이다.

‘고향 동무 열두 살 순이와 나의 여덟 살 여동생’

그리고 ‘함경북도의 강소천 작가와 평안남도의 아버지’

이렇게 나는 죽음과 그리움, 생명과 희망을 품고 작가의 세상으로 들어갔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