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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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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 (2)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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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솨아솨아 부는 밤

문풍지가 부웅붕 우는 밤

겨울 밤 추운 밤.

 

우리는 화롯가에 모여 앉아

감자를 구워 먹으며 옛날 얘기를 합니다.

 

언니는 호랑이 이야기

누나는 공주 이야기

나는 오늘 밤도 토끼 이야기.

 

감자를 두 번씩이나 구워 먹고 나도

우리는 잠이 안 옵니다.

겨울 밤은 길고 깁니다.

 

우리는 콩을 볶아 먹습니다.

강냉이를 튀겨 먹습니다.

그래도 겨울 밤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방 안에 재티가 뽀오얗고

화롯불은 죄다 꺼지고

우리들의 입은 새까맣고.

 

이젠 얘기도 하기 싫습니다.

이젠 감자도 콩도 강냉이도 다 싫습니다.

 

그래도 잠은 안오고

심심은 하고.

 

우리는 인두로 화로의 재를 다져 놓고

손가락 장난을 시작합니다.

 

언니가 만든 건

범의 발자국.

 

누나가 만든 건

아기 발자국.

 

내가 만든 건

참새 발자국.

 

언니는 발자국 만들기가 싫어졌단다.

누나도 그만 자야겠단다.

나도 인젠 졸음이 옵니다.

 

 

※ 재티 : 재가 날려서 생긴 티끌

※ 인두 : 불에 달구어 천의 주름을 잡거나 구김살을 펴는 데 쓰던 옛날 바느질 도구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