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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어린이의 벗, 강소천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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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와 나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 :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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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밤 앞마당에

그림자와 나는 심심하다.

 

그림자도 우두커니 섰고

나도 우두커니 섰고.

 

그림자는 귀먹은 버어린 게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

 

보름밤 앞마당에서

나는 그림자와 술래잡기를 하자고 했다.

 

그림자도 그게 좋단다.

그럼 술래를 정하자고 했다.

 

그림자도 술래가 되기 싫단다.

내가 술래가 되기 싫다니까.

 

그림자가 얼른 손을 내민다.

내가 그럼 가위바위보를 하자니까.

 

- 그림자가 주먹을 내고

- 내가 '바위'를 내고

 

아무도 이긴 사람은 없다.

아무도 진 사람은 없다.

 

그림자가 또다시 가위바위보를 하잔다.

내가 그럼 또다시 가위바위보를 하자니까.

 

- 이번엔 그림자가 손을 펴 내고

- 이번엔 내가 '보'를 내고

 

또 아무도 이긴 사람은 없다.

또 아무도 진 사람은 없다.

 

보름밤 앞마당에

그림자와 나는 답답하다.

 

- 장에 간 엄마는 아직 안 돌아오고

- 여기서 저기서 개들은 짖고

 

그림자는 겁쟁인 게다.

나두 어쩐지 무서워진다.